노모의 일상은 정적이다. 방 안을 벗어나는 법이 거의 없다.
노모는 이불을 덮은 채 가만히 앉아 있거나, 허공 어딘가를 물끄러미 바라보거나,
아주 가끔 마당의 화초를 매만질 뿐이다.
그것은, 안에선 수많은 감정이 오가지만 겉으로는 유령처럼 움직임이 절제되어 버린
여느 노인들의 생활을 떠올리게 하는 애잔한 풍경이다.
그 자신 나이 칠순을 앞둔 한설희씨(69)가 92살 노모의 남은 날들을 사진에 담았다.
27일부터 4월8일까지 서울 통의동 류가헌에서 열리는 한설희 사진전 ‘노모(老母)’에는
그렇게 찍은 사진 10여점이 걸린다.
“2010년 아버지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시고, 어머니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
급히 카메라를 들기 시작했습니다.”
한씨는 당시 신도시 판교의 다양한 모습을 기록하는 다큐멘터리 사진을 찍는 중이었다.
그러던 중 홀로 된 어머니를 보살피면서 “어느 것보다 ‘절박한 다큐멘터리’가 가까이에 있음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홀로 된 늙고 병든 어머니에게 뷰파인더를 들이대면 감정이 요동칠 법도 한데, 고희를 앞둔 여성의 시선은
담담하다. 대신 어머니의 여성성에 대한 애틋한 감정이 묻어난다.
흑백사진 속 노모는 아흔을 넘긴 나이에도 여전히 곱다.
한설희씨는 어머니의 깨진 손거울, 곱게 풀어내린 머리카락, 우아한 꽃무늬 원피스 같은 것들을
물끄러미 들여다본다.
한씨는 전문 사진가가 아니다.
1970년대부터 사진을 손에서 놓지 않은 ‘주부’다.
사진이 좋아서 중앙대 사진아카데미도 수료하고 1979년부터 줄곧 한국사진작가협회 회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개인전을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
더구나 그는 이 ‘노모’ 사진으로 지난해 다큐멘터리 전문 사진가들이 모여
신진 다큐멘터리 사진가에게 주는 상, ‘온빛 사진상’의 첫 수상자로 뽑혔다.
그는 “개인적인 주제인 데다 나이도 많아서 전혀 생각지 못했다”고 수줍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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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가헌이라는 갤러리는 자주 가지는 않지만 인연이 있는 곳이다.
위와 같은 전시를 한다기에... 기사와 링크를 퍼 왔다.
꼭 가서 보리라 한다.
